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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추하으로

맹자 공손추하 1장 — 천시지리(天時地利) — 천시(天時)·지리(地利)보다 인화(人和)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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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공손추하 1장 천시지리(天時地利) 대표 이미지

공손추하 1장은 天時地利(천시지리)라는 네 글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 논점은 전쟁의 기술보다 정치의 근본에 가깝다. 맹자(孟子)는 좋은 때와 유리한 지형을 차례로 세운 뒤, 그보다 더 깊은 힘이 人和(인화), 곧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데 있다고 단정한다. 짧은 장이지만 맹자의 왕도론이 어떤 순서로 현실을 해석하는지 선명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장 전체의 전개도 단단하다. 첫 절에서 天時(천시)와 地利(지리), 人和(인화)의 우열을 한 문장으로 제시하고, 둘째 절과 셋째 절에서 성곽과 군량, 병기의 사례를 들어 외적 조건의 한계를 설명한다. 넷째 절에서는 그 논의를 得道(득도)와 多助(다조), 失道(실도)와 寡助(과조)의 정치 원리로 확장하고, 다섯째 절에서 군자가 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가를 결론으로 묶는다.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장을 현실 정치의 경험칙으로 읽는다. 포위전과 성곽, 병기와 군량 같은 외형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도 결국 지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 보면, 그 바탕에는 사람의 마음을 잃은 정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독법은 天時地利(천시지리)를 병가의 상식이 아니라 정치 판단의 서열로 이해하게 만든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서열을 더 안쪽으로 밀어 읽는다. 人和(인화)는 단순한 단합이 아니라 得道(득도)의 결과이며, 도리에 맞는 정치가 밖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천하의 순응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은 외적 우세를 칭찬하는 글이 아니라, 정당성과 민심이야말로 가장 늦게까지 남는 힘이라고 밝히는 문장으로 읽힌다.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이 장은 타이밍과 입지, 자원과 무기보다 신뢰와 정당성이 더 오래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조건이 좋을 때는 누구나 강해 보일 수 있지만, 위기 속에서 공동체를 끝내 붙들어 매는 것은 사람 사이의 화합과 믿음이라는 통찰이다. 공손추하 첫 장이 지금도 자주 소환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절 — 맹자왈천시불여(孟子曰天時不如) — 천시와 지리보다 인화가 앞선다

원문

孟子曰天時不如地利오地利不如人和니라

국역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地利)가 인화(人和)만 못하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한 문장을 승패 조건의 위계를 밝히는 총론으로 본다. 天時(천시)와 地利(지리)는 분명 중요한 외적 조건이지만, 끝내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백성과 장졸, 안팎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하는 人和(인화)에 있다는 뜻으로 읽는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人和(인화)를 정치적 기술이 아니라 得道(득도)의 사회적 결과로 읽는다. 도리에 맞는 정치가 행해질 때 사람들의 마음이 자연히 모이고, 그 모인 마음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첫 절은 뒤 절 전체를 이끄는 철학적 선언이 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좋은 시장 타이밍이나 유리한 자리, 많은 자원보다 더 오래 가는 힘은 구성원들이 방향을 신뢰하는 데 있다. 외부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내부가 갈라지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조건이 다소 불리해도 마음이 모이면 판을 뒤집을 여지가 생긴다. 맹자는 그 마지막 버팀목을 人和(인화)에서 찾는다.

개인과 일상의 차원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좋은 기회와 환경을 만나는 일은 중요하지만, 관계가 무너지고 마음이 흩어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무엇이 더 근본적인가를 묻는 이 한 문장은, 결국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압축해서 보여 준다.

2절 — 삼리지성칠리지곽(三里之城七里之郭) — 천시만으로는 성을 함락하지 못한다

원문

三里之城과七里之郭을環而攻之而不勝하나니夫環而攻之에必有得天時者矣언마는然而不勝者는是天時不如地利也니라

국역

3리쯤 되는 작은 내성(內城)과 7리쯤 되는 외곽(外郭)을 포위하여 공격해도 이기지 못할 때가 있다. 포위하여 공격하다 보면 반드시 천시를 얻을 때도 있으련만, 그런데도 이기지 못하는건, 이는 천시가 지리만 못해서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첫 문장의 앞 절반, 곧 天時(천시)가 地利(지리)만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로 본다. 포위 공격은 대체로 공격 쪽이 때를 가려 움직일 수 있는 자리이지만, 성곽과 지세를 갖춘 방어 쪽의 이점은 그때의 유리함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여기서도 외적 형세의 한계를 읽어 낸다. 得天時(득천시)는 기회가 왔음을 뜻할 뿐, 그것만으로 승패가 정해지지 않는다. 좋은 때가 실제 결과로 이어지려면 그때를 받쳐 줄 조건이 필요하고, 그래서 맹자는 곧바로 地利(지리)를 더 안쪽의 힘으로 끌어올린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좋은 타이밍에 제품을 내놓거나 시장 변화를 먼저 읽었다고 해서 곧장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기회를 잡는 감각은 중요하지만, 구조와 위치, 축적된 기반이 받쳐 주지 않으면 유리한 때도 허공에서 흩어진다. 天時(천시)는 출발을 열 수는 있어도 결과를 보증하지는 못한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나 일,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때를 만나는 일은 분명 중요하지만, 준비된 자리와 기반이 없으면 그 기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이 절은 기회를 좇는 감각 못지않게, 그 기회를 붙들 수 있는 자리와 조건을 함께 가꾸라고 말하는 듯하다.

3절 — 성비불고야지비불심야(城非不高也池非不深也) — 지리만으로도 끝내 지킬 수는 없다

원문

城非不高也며池非不深也며兵革이非不堅利也며米粟이非不多也로되委而去之하나니是地利不如人和也니라

국역

성곽이 높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해자(池)가 깊지 않은 것도 아니며, 무기와 갑옷이 견고하고 날카롭지 않은 것도 아니며, 양식이 많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적이 쳐들어오면 이를 모두 버리고 도망치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지리가 인화만 못한 것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둘째 절보다 더 깊은 비교로 읽는다. 성곽과 해자, 兵革(병혁), 米粟(미속)까지 모두 갖추었는데도 버리고 떠난다면, 문제는 외형 조건의 부족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흩어진 데 있다는 것이다. 곧 地利(지리) 역시 人和(인화)라는 더 근본적인 힘 앞에서는 마지막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委而去之(위이거지)를 특히 무겁게 읽는다. 물적 기반이 충분한데도 성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지형이나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과 민심이 이미 무너졌음을 뜻한다. 이 독법에서 人和(인화)는 전쟁 중 사기만이 아니라, 평소 덕치가 쌓아 올린 사회적 신뢰 전체를 가리킨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으로 옮기면, 자금과 제도, 장비와 인프라가 충분해도 핵심 인력이 떠나고 안쪽에서 협력이 무너지면 조직은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모든 방어 수단이 갖추어져 있어도, 마음이 떠난 공동체는 스스로 성을 비우게 된다. 맹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人和(인화)를 가장 깊은 자산으로 본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겉모습을 잘 갖추는 일만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어렵다. 일정과 재정, 도구와 계획이 정돈되어 있어도 마음이 무너지고 관계가 끊어지면 결국 자리를 버리게 된다. 이 절은 무엇을 더 쌓을 것인가보다, 무엇이 무너지면 그 모든 준비가 한순간에 허사가 되는가를 먼저 보게 만든다.

4절 — 고왈역민불이봉강지계(故曰域民不以封疆之界) — 도를 얻어야 도움이 모인다

원문

故로曰域民하되不以封疆之界하며固國하되不以山谿之險하며威天下하되不以兵革之利니得道者는多助하고失道者는寡助라寡助之至에는親戚이畔之하고多助之至에는天下順之니라

국역

그래서 옛말에 ‘백성을 한정하는 것은 국경의 경계선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나라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산천의 험준함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천하에 위세를 떨치는 것은 무기의 날카로움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도(道)를 얻은 사람은 도와주는 이가 많고, 도를 잃은 사람은 도와주는 이가 적다. 도와주는 이가 적어지다 보면 마침내는 친척도 배반하고, 도와주는 이가 많아지다 보면 마침내는 천하 사람들이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앞선 두 사례의 일반 원리로 본다. 백성을 묶는 것도, 나라를 굳게 하는 것도, 천하에 위엄을 세우는 것도 경계와 험지, 무기의 예리함만으로 되지 않으며, 결국 得道(득도)와 失道(실도)가 도움의 많고 적음을 가른다는 것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多助(다조)와 寡助(과조)를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도덕적 정당성의 두께로 읽는다. 가까운 親戚(친척)마저 돌아서는가, 아니면 天下(천하)가 순응하는가의 차이는 권모술수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정치가 도리에 맞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절은 人和(인화)를 곧바로 왕도 정치의 언어로 번역해 준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규정과 장벽, 기술적 우세만으로 사람을 붙들어 둘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평소에 원칙과 공정을 지키는 리더에게는 위기 때 돕는 이가 모이지만, 눈앞의 이익만 좇는 리더에게는 가까운 사람부터 마음을 거둔다. 맹자가 말하는 得道(득도)는 바로 그런 신뢰의 축적과 연결된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결국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어 왔는지의 결과를 되돌려 받는다. 억지로 붙들어 두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마땅한 도리를 지킨 관계는 멀리서도 도움을 불러온다. 이 절은 힘의 겉모습보다 정당성의 축적이 더 크고 오래 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5절 — 이천하지소순(以天下之所順) — 군자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원문

以天下之所順으로攻親戚之所畔이라故로君子有不戰이언정戰必勝矣니라

국역

천하 사람들이 모두 순종하도록 만든 그 힘으로 친척조차 배반하는 자를 공격하는 것이니, 군자는 싸우지 않으면 몰라도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마지막 절을 앞선 논리의 귀결로 본다. 天下(천하)가 따르는 자와 親戚(친척)조차 배반한 자의 대결은 이미 승패의 조건이 기울어져 있으며, 군자의 승리는 병법의 기교보다 得道(득도)의 축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君子(군자)의 승리를 도덕적 필연성에 가깝게 읽는다. 억지로 복종시킨 세력과 도리에 감응해 스스로 모인 힘은 겉보기 규모가 비슷해도 성격이 다르며, 후자가 결국 더 오래가고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戰必勝(전필승)은 군사 기술의 자만이 아니라 정당성의 귀결이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는, 평소에 신뢰를 쌓아 둔 팀이 위기 대응에서도 더 강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겉으로는 비슷한 경쟁처럼 보여도, 안쪽에서 자발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가진 조직과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등을 돌린 조직은 버티는 힘이 다르다. 맹자는 승리를 순간의 전술이 아니라 평소 축적된 人和(인화)의 결과로 본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이 말은 결국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의 신뢰를 잃은 삶은 겉으로 강해 보여도 쉽게 무너지고, 작더라도 주변의 지지를 얻은 삶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이 장의 마지막 문장은 그래서 싸움의 기술보다, 싸우지 않아도 이미 승패를 가르는 삶의 기반을 먼저 돌아보게 만든다.


공손추하 1장은 天時(천시)와 地利(지리), 人和(인화)의 우열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의 정당성과 민심의 향배를 묻는 장이다. 한대 훈고 전통은 성곽과 지세, 병기와 군량 같은 현실 조건의 한계를 차례로 짚으며 人和(인화)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송대 성리학은 그것을 다시 得道(득도)와 多助(다조)의 언어로 해석해 왕도 정치의 핵심으로 끌어올린다.

오늘의 눈으로 보아도 이 장의 통찰은 선명하다. 좋은 타이밍과 좋은 조건은 분명 중요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 힘은 신뢰와 화합, 그리고 도리에 맞는 리더십이다. 天時地利(천시지리)라는 말이 오래 기억되는 것도, 맹자가 그 끝을 언제나 人和(인화)와 천하의 순응으로 귀결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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