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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하으로

맹자 진심하 27장 — 삼정용일(三征用一) — 포루(布縷)·속미(粟米)·역역(力役)의 세 부담, 군자는 하나만 쓰고 둘은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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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심하 27장 삼정용일(三征用一) 대표 이미지

맹자 진심하 27장은 세금과 부역의 문제를 매우 짧고 날카롭게 다루는 장이다. 맹자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부담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백성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순간, 제도는 곧 삶을 파괴하는 폭력이 된다고 본다. 三征用一(삼정용일)이라는 네 글자는 바로 그 최소한의 한도를 정리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징수는 布縷之征(포루지정), 粟米之征(속미지정), 力役之征(역역지정)이다. 옷감과 실, 곡식, 노동이라는 세 항목은 백성의 생업 전체를 건드린다. 맹자는 군자가 정치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하나만 실제로 쓰고, 나머지 둘은 늦추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백성의 생계와 가족 질서가 무너지지 않는다.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장을 백성의 현실적 곤궁을 기준으로 세제의 과도함을 경계하는 말로 본다. 핵심은 조세의 명목이 몇 개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부담이 한 시기와 한 가정에 겹쳐지는 순간 삶이 감당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有殍(유표)와 父子離(부자리)는 그런 과중한 징수의 실제 결과를 압축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대목을 인정의 정치가 어디서 드러나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로 읽는다. 정치는 제도를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백성이 살아갈 여지를 남겨 두는 절도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君子用其一(군자용기일)은 단순한 행정 요령이 아니라, 백성의 생명을 먼저 보는 통치 원칙으로 이해된다.

진심하의 여러 장이 사람의 마음과 도덕적 기준을 말한다면, 이 장은 그 기준이 경제와 제도로 내려올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마음이 어진 정치는 결국 징수의 방식에서도 드러나야 하며, 백성의 굶주림과 가족 해체를 부르는 제도는 이미 군자의 정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1절 — 맹자왈유포루(孟子曰有布縷) — 세 부담을 한꺼번에 거두지 말라

원문

孟子曰有布縷之征과粟米之征과力役之征하니君子用其一이오緩其二니用其二면而民이有殍하고用其三이면而父子離니라

국역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베나 실을 받는 여름의 세금과 곡식을 받는 가을의 세금과 부역하는 겨울의 세금이 있는데, 군자는 이 가운데 한 가지만 실제로 거두고 두 가지는 늦추어 준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받으면 백성 가운데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세 가지를 모두 함께 받으면 마침내 부자 사이까지 흩어져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조세와 부역이 겹칠 때 생기는 민생 파탄의 문제로 본다. 布縷(포루), 粟米(속미), 力役(역역)은 각각 다른 이름의 부담이지만, 실제 백성의 처지에서는 모두 생업을 깎아 먹는 동일한 압박으로 작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緩其二(완기이)는 둘을 면제한다는 뜻에만 머물지 않고, 최소한 동시에 덮치지 않도록 시기와 강도를 늦추는 정치적 절도를 뜻하는 말로 읽힌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구절을 인정의 정치가 제도 운영에서 구체화되는 사례로 읽는다. 군자가 하나만 쓰고 둘을 늦춘다는 것은 백성의 생산 주기와 가족 생계를 헤아려 국가의 필요를 절제한다는 뜻이다. 이 독법에서 有殍(유표)와 父子離(부자리)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백성의 생명을 먼저 두지 않는 정치는 결국 사람의 도리를 해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표현이 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이 장은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게 여러 종류의 부담을 동시에 쏟아붓지 말라는 원칙으로 읽을 수 있다. 세금, 평가, 보고, 추가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면 조직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붕괴한다. 좋은 운영자는 필요한 요구를 하나씩 분산하고, 감당 가능한 순서를 설계하며, 무엇을 늦춰야 하는지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이 경고는 그대로 적용된다. 돈의 압박, 시간의 압박, 감정노동이 동시에 겹치면 사람은 쉽게 지치고 관계까지 흔들린다. 맹자가 말한 三征用一(삼정용일)은 결국 삶을 오래 지탱하려면 모든 부담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지 말고, 지금 반드시 감당해야 할 한 가지와 늦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실천의 지혜로도 읽힌다.


맹자 진심하 27장은 정치의 어짐이 추상적 구호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국가가 필요한 것을 거두더라도, 백성이 살아갈 기반과 가족을 유지할 여지를 남겨 두지 못하면 그 정치는 이미 도를 잃은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세 부담 가운데 하나만 쓰고 둘은 늦추라고 말하며, 과도한 징수가 굶주림과 이산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한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를 민생을 헤아리는 세제 운영의 절도로 읽고, 송대 성리학은 백성의 생명을 우선하는 인정 정치의 실천 원칙으로 읽는다. 두 독법은 모두 군자의 정치는 더 많이 거두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늦출지를 아는 절제의 정치라는 점에서 만난다.

오늘의 독자에게도 이 장의 뜻은 분명하다. 조직이든 국가든 가정이든, 사람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한 번에 모든 부담을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三征用一(삼정용일)은 결국 지속 가능한 운영은 절제에서 시작된다는 오래된 경고이자 기준이다.

등장 인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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