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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하으로

맹자 진심하 34장 — 설대묘지(說大藐之) — 대인(大人)의 위세보다 재아자(在我者)의 기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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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심하 34장 설대묘지(說大藐之) 대표 이미지

진심하 34장은 권세 있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를 묻는 장이다. 맹자는 大人(대인)을 설득하려면 먼저 그를 (묘), 곧 가볍게 보라고 말한다. 이는 무례하게 굴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의 높은 지위와 巍巍然(외외연)한 위세에 눌려 스스로의 기준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설명에서 맹자는 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지를 밝힌다. 저 사람에게 있는 높은 집, 수많은 첩, 사냥과 행차의 화려함은 사실 내가 뜻을 이루더라도 하려 하지 않을 것들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내게 있는 것은 모두 옛 성인의 법도다. 그러므로 내가 두려워할 것은 저 사람의 외적 크기가 아니라, 내 안의 기준을 잃는 일뿐이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 장을 권세와 덕의 경중을 가르는 문장으로 읽는다. 반면 송대 성리학은 외부의 영화보다 在我者(재아자), 곧 내 안의 도와 법도를 굳게 붙드는 마음에 더 무게를 둔다. 전자가 외형과 본질의 우열을 구분한다면, 후자는 말하는 사람의 내적 자주성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한다.

진심하의 흐름에서도 이 장은 매우 실제적이다. 맹자는 늘 외부의 강함보다 마음의 기준을 더 중하게 보는데, 여기서는 그 기준이 권력 앞에서 시험된다. 그래서 說大藐之(설대묘지)는 수사 전략이면서 동시에 자기 존립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

1절 — 맹자왈설대인(孟子曰說大人) — 대인을 설득하려면 먼저 그의 위세를 크게 보지 마라

원문

孟子曰說大人則藐之하여勿視其巍巍然이니라

국역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존귀한 사람을 설득할 때에는 그를 가볍게 보고, 그의 높은 지위는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첫 절을 설득의 기본 자세로 읽는다. 대인을 대할 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그의 권세와 위엄에 눌려 바른 말을 잃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藐之(묘지)는 무례함이 아니라, 도를 가진 자가 권세 앞에서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 단속으로 이해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勿視其巍巍然(물시기외외연)에 더 무게를 둔다. 권력의 높이는 바깥에 있는 것이고, 도의 기준은 내 안에 있는 것이므로, 밖의 크기를 먼저 보면 안의 기준이 흔들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대인을 설득하는 힘은 수사보다도 자기 마음의 자주성에서 나온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높은 직급과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 왜곡 없이 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상대의 직함과 분위기에 압도되면, 실제로 필요한 말은 사라지고 안전한 말만 남게 된다. 맹자는 권세 있는 사람을 상대할수록 먼저 마음의 수평을 맞추라고 말하는 셈이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비슷하다. 우리는 이름난 사람, 성공한 사람, 나보다 훨씬 큰 자원과 지위를 가진 사람 앞에서 쉽게 스스로를 줄인다. 그러나 藐之(묘지)는 그를 얕보라는 말이 아니라, 그의 크기 때문에 내가 작아질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2절 — 당고수인(堂高數仞) — 저 사람의 화려함은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이고 내게 있는 것은 옛 법도다

원문

堂高數仞과榱題數尺을我得志라도弗爲也며食前方丈과侍妾數百人을我得志라도弗爲也며般樂飮酒와驅騁田獵과後車千乘을我得志라도弗爲也니在彼者는皆我所不爲也오在我者는皆古之制也니吾何畏彼哉리오

국역

몇 길 높이의 집과 몇 자 되는 서까래를 나는 뜻을 이루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앞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과 시중드는 수백 명의 첩들을 나는 뜻을 이루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마냥 즐기며 술을 마시고, 말을 달리며 사냥하고, 행차 때마다 수레 천 대가 뒤따르는 것을 나는 뜻을 이루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니, 저 사람에게 있는 것은 모두 내가 하지 않으려는 것들이고, 나에게 있는 것은 모두 옛 성인의 법도이다. 내 무엇 때문에 저 사람을 두려워하겠는가.””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와 손석 계열 독법은 이 절을 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질적 이유를 밝히는 문장으로 읽는다. 권세 있는 자의 화려함은 사실 내가 뜻을 이루어도 취하지 않을 것들이므로,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겁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在彼者(재피자)와 在我者(재아자)의 대비는 외적 부귀와 내적 법도의 경중을 가르는 핵심 구도다.

송대 성리학에서는 在我者皆古之制也(재아자개고지제야)에 더 깊은 뜻을 둔다. 내게 있는 것이 옛 성인의 법도라는 말은 단지 예전 규칙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판단과 삶의 기준이 이미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서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서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기개 때문만이 아니라, 두려움의 기준 자체가 이미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는 상대의 자원과 직함, 화려한 보상 체계에 위축되지 않으려면 내가 실제로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가 먼저 분명해야 함을 보여 준다. 남이 가진 것이 사실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크기는 나를 쉽게 지배하지 못한다. 맹자는 설득의 힘이 말재주보다 가치 기준의 독립에서 나온다고 본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이 대목은 아주 실제적이다. 사람은 대개 부러워하는 것 앞에서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것 앞에서 침묵한다. 그런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이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작아질 이유는 없다. 在我者(재아자)를 분명히 아는 사람만이 在彼者(재피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진심하 34장은 대인을 설득하는 법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권세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말한다. 상대를 藐之(묘지)하라는 말은 무례함의 권유가 아니라, 그의 巍巍然(외외연)에 압도되지 말라는 뜻이다. 그가 가진 높은 집과 많은 첩, 사냥과 행차의 화려함은 사실 내가 바라지 않는 것들이고, 내게 있는 것은 옛 성인의 법도이니, 두려움의 근거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대 훈고는 이를 외적 영화와 내적 법도의 경중을 가르는 문장으로 읽고, 송대 성리학은 在我者(재아자)에 서는 마음의 자주성으로 읽는다. 두 독법을 함께 보면, 이 장은 설득술의 기술보다 훨씬 깊다. 바깥의 크기보다 안의 기준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오늘의 언어로 바꾸면 분명하다. 권세 있는 사람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분명해야 한다. 부러워하지 않는 것 앞에서는 쉽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맹자가 말한 說大藐之(설대묘지)는 결국 자기 기준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큰 사람 앞에서도 바르게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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