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23장은 분량으로 보면 한 절뿐이지만, 중용 후반부의 誠(성) 논의를 실제 수양의 단계로 내려놓는 핵심 장이다. 22장이 천하의 지극한 성만이 만물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23장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사람도 자기에게 주어진 한 부분의 선을 끝까지 밀어 가면 진실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장은 성인의 절대적 경지와 보통 사람의 실천 가능성을 연결해 주는 짧지만 중요한 다리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 장을 읽을 때 曲(곡)이라는 한 글자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曲(곡)을 왜곡이나 편벽함이 아니라 전체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실제로 붙들 수 있는 부분의 선, 혹은 한쪽의 선한 실마리로 읽는다. 그렇다면 致曲(치곡)은 완전한 성인이 아니더라도 자기 앞에 있는 선의 한 조각을 끝까지 다하는 공부가 된다.
송대 성리학의 독법은 이 점을 더 내면화한다.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치곡을 통해 성이 차츰 충실해지고 그 충실함이 밖으로 드러나 타인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읽는다. 한대가 어휘의 단계성과 감화의 현실적 흐름을 중시한다면, 송대는 이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마음의 진실성과 성의 확충을 더 또렷하게 붙든다.
이 때문에 중용 23장은 작은 실천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온전한 지성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작은 선을 끝까지 다하면 결국 자신을 바꾸고 남을 감동시키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其次致曲(기차치곡)은 현실적 희망의 문장인 동시에, 작은 진실이 결국 화육(化育)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중용 특유의 낙관을 보여 주는 말이다.
1절 — 기차(其次)는 치곡(致曲) — 부분의 선을 극진히 하면 진실이 드러나 남을 변화시킨다
원문
其次는致曲이니曲能有誠이니誠則形하고形則著하고著則明하고明則動하고動則變하고變則化니唯天下至誠이야爲能化니라右는第二十三章이라
국역
그 다음 단계의 사람은 일부분의 善을 확대시켜 나가는 사람인데, 일부분의 선을 확대시켜 나가더라도 진실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마음이 진실하면 밖으로 나타나고, 나타나면 현저하게 드러나고, 현저하게 드러나면 밝게 빛나고, 밝게 빛나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그들이 변하고, 그들이 변하면 마침내 교화되는 것이니, 오직 천하에 지극히 진실한 분만이 교화되게 할 수 있다.
축자 풀이
其次(기차)는 천하의 지극한 성 다음 단계의 사람을 가리킨다.致曲(치곡)은 부분의 선한 실마리를 극진히 밀고 나간다는 뜻이다.曲能有誠(곡능유성)은 부분의 선을 다해도 진실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誠則形(성즉형),形則著(형즉저),著則明(저즉명)은 안의 진실이 밖으로 드러나 점점 분명해지는 단계를 뜻한다.明則動(명즉동),動則變(동즉변),變則化(변즉화)는 그 밝음이 남을 움직이고 변화시켜 마침내 화육에 이르는 과정을 말한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曲(곡)을 부분적이지만 실제로 붙들 수 있는 선의 실마리로 본다. 따라서 致曲(치곡)은 완전한 지성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자기 앞에 놓인 작은 선을 끝까지 다해 진실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독법은 중용의 수양론을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단계적인 공부로 열어 준다.
또 한대 계열은 形(형), 著(저), 明(명), 動(동), 變(변), 化(화)의 연쇄를 안에서 밖으로, 자신에서 타인으로 퍼져 가는 감화의 단계로 읽는다. 먼저 성실함이 몸과 행실에 형체를 이루고, 그것이 더욱 분명해져 밝게 드러나며, 그 밝음이 남을 감동시키고, 감동이 깊어져 변화를 낳고, 마침내 화육에 이른다는 것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이를 마음의 충실이 밖으로 발현되는 체용의 전개로 읽는다. 한대가 단계의 바깥 흐름을 더 선명히 본다면, 송대는 그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내면의 진실성을 더 깊이 설명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드물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이미 있는 작은 선한 기준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끝까지 밀어 가는 일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작은 불의를 놓치지 않고, 작은 책임을 끝까지 감당하는 태도가 결국 그 사람의 전체 품격을 바꾼다.
개인의 삶에서도 변화는 대개 부분에서 시작된다. 하루의 한 습관, 한 문장, 한 관계에서의 정직함이 쌓여 결국 사람 전체를 바꾼다. 變則化(변즉화)는 거창한 혁신보다, 오래 축적된 진실이 남과 세계를 바꾸는 힘으로 자란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중용 23장은 한 절뿐이지만 구조는 매우 촘촘하다. 먼저 其次致曲(기차치곡)이라 하여 지극한 성 다음 단계의 사람도 작은 선을 극진히 다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어 그 작은 선이 진실로 이어지면 안에서 밖으로 드러나고, 다시 타인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며 마침내 화육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짧은 문장 안에 수양과 감화의 전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
한대 훈고 전통과 송대 성리학은 이 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한대는 曲(곡)을 실제로 붙들 수 있는 선의 한 조각으로 읽어 공부의 현실성을 열어 주고, 形-著-明-動-變-化의 연쇄를 단계적 감화로 해설한다. 송대는 그 과정을 마음의 충실과 성의 발현이라는 더 원리적인 틀로 설명한다. 두 독법을 함께 놓으면, 작은 진실이 어떻게 큰 변화로 자라나는지 더 분명해진다.
오늘의 독자에게 이 장은 과도한 완벽주의보다 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한다. 처음부터 모두를 바꾸려 하지 말고, 지금 붙들 수 있는 선을 끝까지 다하라는 것이다. 중용 23장이 짧으면서도 강한 이유는, 한 조각의 진실이 결국 화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
- 공자(孔子): 춘추시대 유가의 창시자. 주희는 중용 2~11장 등에서 공자의 시중(時中) 어록을 전하는 것으로 보았다.
- 자사(子思): 공자의 손자이자 증자의 제자. 주희는 중용의 저자를 자사로 보았다.
- 주희(朱熹): 송대 성리학자. 『예기』에서 중용을 독립시켜 『중용장구』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