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글자 이상 입력하세요
술이으로

논어 술이 20장 — 괴력난신(怪力亂神) — 공자는 괴이하고 어지러운 것을 말하지 않았다

10 min 읽기
논어 술이 20장 괴력난신(怪力亂神) 대표 이미지

논어 술이 20장은 아주 짧지만, 공자(孔子)의 말하기 원칙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장이다. 공자는 怪力亂神(괴력난신), 곧 괴이한 일과 과장된 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 그리고 귀신과 신령의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 한 문장은 공자가 무엇을 믿었는지보다, 무엇을 제자 교육의 중심에 두지 않았는지를 드러낸다.

이 장의 핵심은 공자가 초월적 세계를 전면 부정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관심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사람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공자는 먼저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도리, 관계의 질서, 자신의 몸가짐과 정치의 원리를 말했다. 그래서 不語(불어)는 무지나 회피라기보다 교육적 선택에 가깝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 장을 공자가 괴이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않고, 인륜과 상도에 머물러 가르쳤다는 뜻으로 읽는다.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성인의 언설이 사람을 현혹하는 기이함보다 일상에서 검증되는 도리에 근거해야 한다고 본다. 송대 성리학에서는 주희의 『논어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이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을 바르게 세우는 공부가 먼저이지 신이한 화제에 끌려 분산되는 것이 먼저일 수 없다고 읽는다.

술이편 안에서 보면 이 장은 공자의 학문이 왜 늘 사람 사이의 예, 정치, 수양, 배움의 문제로 돌아오는지를 설명해 준다. 공자는 놀라운 이야기로 청중을 붙드는 사상가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끝까지 붙잡는 스승이었다. 그래서 怪力亂神(괴력난신)은 말하지 않은 항목들의 목록인 동시에, 무엇을 우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언이 된다.

1절 —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 공자는 괴이하고 어지러운 것을 말하지 않았다

원문

子不語怪力亂神이러시다

국역

공자께서는 괴이한 일, 용력(勇力)을 쓰는 일, 도에 어그러진 일, 그리고 귀신(鬼神)에 관해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공자의 不語(불어)를 성인의 언설 절제 원칙으로 읽는다. 사람을 가르칠 때는 먼저 일상 윤리와 정치 질서, 몸과 마음의 수양을 밝혀야지, 괴이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관심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怪力亂神(괴력난신)은 공자가 부정한 주제라기보다, 교육의 본류에서 뒤로 물린 주제들에 가깝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논어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장을 공부의 선후 문제로 읽는다. 사람의 마음이 아직 도리에 굳게 서지 못했는데 신이한 이야기와 비상한 현상에 먼저 끌리면, 학문은 중심을 잃고 바깥 자극을 좇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不語(불어)는 침묵의 선언이 아니라, 상리와 실천을 우선하는 질서 있는 언어 사용으로 이해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이 장은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팀을 이끄는 사람일수록 자극적인 예외 사례, 과장된 영웅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조직의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공자의 태도는 관심을 끄는 주제보다 실제로 삶과 일을 바로 세우는 주제를 먼저 다루라는 요구로 읽을 수 있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우리는 종종 놀랍고 기이한 이야기, 강한 자극과 음모 같은 화제에 쉽게 끌린다. 그러나 그런 관심이 커질수록 정작 내가 오늘 바로잡아야 할 습관과 관계, 책임은 뒤로 밀리기 쉽다. 子不語怪力亂神(자불어괴력난신)은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말이 무엇인지를 다시 가려 보라는 경계로 남는다.


술이 20장은 공자가 무엇을 말했는가 못지않게, 무엇을 일부러 말하지 않았는가를 보여 주는 장이다. 괴이한 이야기와 힘의 과시, 질서 파괴와 신령한 문제는 사람의 눈길을 끌기 쉽지만, 공자는 그런 화제보다 인간이 실제로 실천해야 할 도리를 앞세웠다. 그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표현이었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를 성인의 언설이 상도와 인륜을 중심에 둔다는 뜻으로 읽고, 송대 성리학은 마음공부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언어의 절제로 읽는다. 두 갈래는 모두, 자극적 화제보다 일상을 바르게 세우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만난다.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怪力亂神(괴력난신)은 단지 고대의 미신 목록이 아니다. 우리의 시선을 흔들고 중심을 빼앗는 모든 과장과 자극의 이름이기도 하다. 공자는 그 앞에서 침묵함으로써, 도리와 실천이 언제나 말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등장 인물

참조


이전 글

논어 술이 19장 — 호고민구(好古敏求) — 타고난 앎이 아니라 힘써 구한 앎

다음 글

논어 술이 21장 — 삼인지사(三人之師) — 세 사람이 길을 가도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