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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당으로

논어 향당 2장 — 간간은은(侃侃誾誾) — 아랫사람에게는 시원하게, 윗사람에게는 온화하게, 임금 앞에서는 더욱 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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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향당 2장 간간은은(侃侃誾誾) 대표 이미지

향당 2장은 공자가 누구를 대하느냐에 따라 말투와 몸가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아주 짧게 보여 주는 장이다. 짧다고 가볍지 않다. 오히려 향당편 전체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 대목에 가깝다. 예는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관계마다 다른 결을 갖는 살아 있는 태도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첫 두 절의 핵심은 侃侃誾誾(간간은은)이다. 공자는 하대부와 말할 때는 侃侃(간간), 곧 시원하고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이고, 상대부와 말할 때는 誾誾(은은), 곧 온화하면서도 삼가는 결을 보인다. 같은 공경이라도 획일적으로 한 가지 표정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절은 임금 앞에서의 태도를 더한다. 踧踖如也(축척여야)와 與與如也(여여여야)는 단순히 두려워 떠는 모습이 아니라, 권위 앞에서 스스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예법에 맞추어 몸을 바로 세우는 상태를 가리킨다. 긴장과 위의가 함께 놓이는 것이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 장을 의태어와 제도 용어의 미세한 차이를 밝히는 데 힘을 기울여 읽는다.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직접적인 논어 주석은 아니지만, 한대 훈고 전통 전반의 맥락에서 보면 관계의 위계와 자리의 차이에 따라 언어와 몸짓의 분별이 달라져야 한다는 쪽으로 이 장을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송대 성리학에서는 주희의 『논어집주』를 중심으로, 이런 차등이 아첨이나 자기 분열이 아니라 한결같은 공경이 상황에 맞게 드러난 결과로 읽힌다.

그래서 향당 2장은 “진실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통념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공자는 사람을 가려 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분수에 맞게 예를 조절한다. 이 미세한 조절이 바로 향당편이 말하는 수양의 실감이다.

1절 — 조(朝)에 여하대부언(與下大夫言) — 아래 관원과는 시원하고 거리낌 없이 말하다

원문

朝에與下大夫言에侃侃如也하시며

국역

조정에서 하대부와 말씀하실 때는 강직하고 시원한 태도로 말씀하셨다. 공자의 말은 거리감 없이 열려 있었지만, 그 가벼움이 무례함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관계의 위계에 따라 언어의 결이 달라진다고 본다. 이 맥락에서 侃侃(간간)은 예를 버린 방종이 아니라, 아랫자리에 있는 관원과 소통할 때 지나친 위압을 두지 않는 단정한 개방성으로 읽힌다. 말이 시원하다는 것은 마음이 풀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분수에 맞는 거리 조절이 자연스럽다는 뜻에 가깝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논어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여기서 공경의 일관성을 읽는다. 하대부를 대할 때 공자가 지나치게 각을 세우지 않은 것은 자신을 낮추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편안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덕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성리학적 독법에서 侃侃(간간)은 편안함과 단정함이 함께 있는 말투다.

현대적 해석·함의

조직에서 리더가 직급이 낮은 구성원과 대화할 때 지나치게 위엄만 세우면 정보가 막히고 판단도 흐려진다. 공자의 侃侃(간간)은 편하게 말하게 해 주는 분위기와 공적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을 동시에 붙들고 있다.

개인 일상에서도 아랫사람이나 후배에게 친절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긴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절은 진짜 성숙한 태도가 상대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말하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2절 — 여상대부언(與上大夫言) — 윗사람과는 온화하고 삼가게 말하다

원문

與上大夫言에誾誾如也러시다

국역

상대부와 말씀하실 때는 온화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자리와 책임을 아는 절도가 분명히 들어 있었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윗자리를 대할 때 언어의 결이 더 조밀해져야 한다고 본다. 이 맥락에서 誾誾(은은)은 단순한 유순함이 아니라,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 말을 곧게 세우되 거칠지 않게 만드는 절도다. 공손함과 바름이 함께 있어야 하므로, 지나친 직설도 아첨도 모두 여기서 벗어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논어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誾誾(은은)을 내면의 공경이 언어로 정제된 모습으로 읽는다. 윗사람을 대할 때 목소리와 어조를 조절하는 것은 겁을 먹어서가 아니라, 예가 자기 감정을 먼저 다스린 결과라는 것이다. 같은 진실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가 덕의 일부가 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오늘의 조직에서도 상급자와의 대화는 두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말하거나, 반대로 분위기에 눌려 아무 말도 못 하는 경우다. 誾誾(은은)은 그 사이에서 바른 의견을 온화한 방식으로 전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관계일수록 목소리의 높낮이와 말의 결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것이 진실함은 아니다. 상대의 자리와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자기 판단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성숙이다.

3절 — 군재(君在)어시든 축척여야(踧踖如也)와 여여여야(與與如也) — 임금 앞에서는 삼가고 위의를 지키다

원문

君在어시든踧踖如也하시며與與如也러시다

국역

임금이 계시면 공자는 불안한 듯 몸을 삼가고 조심스러워 하셨으며, 동시에 예법에 맞는 위엄과 단정함을 갖추셨다. 긴장 속에서도 몸가짐은 무너지지 않았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하안의 『논어집해』와 황간의 『논어의소』 계열 독법은 踧踖(축척)과 與與(여여)를 서로 다른 몸짓의 층위로 읽는다. 앞말은 내면의 경계심과 조심스러움이고, 뒷말은 바깥으로 드러나는 위의와 단정함이다. 임금 앞에서는 마음만 긴장해서도 안 되고, 겉모양만 번듯해서도 안 되며, 두 층위가 함께 맞물려야 예가 성립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논어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절을 공경의 완성형으로 읽는다. 공경이 깊으면 마음은 저절로 삼가게 되고, 몸은 자연히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踧踖如也(축척여야)와 與與如也(여여여야)는 두 개의 태도가 아니라, 안의 경과 밖의 의가 한 몸처럼 나타난 장면이 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공적인 중압이 큰 자리에서는 사람의 태도가 쉽게 둘로 갈린다. 속으로는 불안한데 겉으로는 과장된 자신감을 연출하거나, 반대로 긴장한 나머지 몸가짐 전체를 놓쳐 버리기 쉽다. 이 절은 부담이 클수록 내면의 삼감과 외면의 정돈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일상에서도 중요한 발표, 면담, 사과, 협상 같은 순간이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긴장을 품은 채 자세를 잃지 않는 일이다. 공자의 태도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예를 잃지 않는 사람이 더 믿을 만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향당 2장은 말투와 몸가짐이 관계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세 장면으로 압축해 보여 준다. 하대부 앞에서는 侃侃(간간), 상대부 앞에서는 誾誾(은은), 임금 앞에서는 踧踖(축척)과 與與(여여)다. 서로 다른 표현들이지만, 그 밑바탕은 한결같은 공경이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 차이를 용어와 제도의 미세한 구분으로 읽고, 송대 성리학은 그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내면의 공경에 더 무게를 둔다. 두 독법을 함께 놓고 보면, 예란 누구에게나 똑같은 표정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분수와 자리에 맞게 한결같은 중심을 다르게 드러내는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언어로 바꾸면, 이 장은 진정성과 상황 감각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진실한 사람일수록 관계의 무게를 더 섬세하게 읽고, 그에 맞는 말과 태도를 고른다. 향당 2장은 바로 그 미세한 조절이 인격의 깊이임을 보여 준다.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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