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상 6장은 요순 시대의 禪讓(선양)과 하은주 삼대의 世襲(세습)이 서로 다른 정치 형식처럼 보이는데, 왜 공자는 그 뜻이 하나라고 했는지를 해명하는 장이다. 만장은 우 임금에 이르러 덕이 쇠하여 천하가 현자에게 전해지지 않고 아들에게 전해졌다는 세간의 말을 먼저 꺼낸다. 맹자는 이 통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핵심은 선양이냐 세습이냐가 아니라 하늘의 뜻과 백성의 귀의가 어디에 모였느냐라고 답한다.
이 장의 전개는 단순히 제도 비교에 머물지 않는다. 순이 우를 천거했고 우가 익을 천거했지만, 실제 천하의 향배는 순 뒤에는 우에게, 우 뒤에는 계에게 향했다는 점이 먼저 제시된다. 이어 단주와 순의 아들이 어질지 못했다는 사실, 계가 우의 도를 공경히 이을 수 있었다는 사실, 익이 백성에게 은택을 베푼 기간이 짧았다는 사실이 차례로 배치되며, 선양과 세습의 갈림이 기계적 규칙이 아니라 천명과 시세의 결합이었음을 보여 준다.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장을 천하 귀속의 실제 근거를 밝히는 정치 논변으로 읽는다. 하늘이 현에게 주면 현에게, 자식에게 주면 자식에게 간다는 말은 임의적 결정이 아니라, 덕과 백성의 향배, 종묘사직의 형세가 함께 움직인 결과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여기에 더해, 선양과 세습은 형식이 달라도 모두 공의에 맞는 계승이어야 한다는 원리를 읽어 낸다. 그래서 공자의 결론 其義一也(기의일야)는 제도가 같다는 뜻이 아니라, 정당한 계승의 기준이 하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장이 만장상에서 중요한 까닭은, 맹자가 정치적 정당성을 혈통 하나나 능력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부가 천하를 얻으려면 순우 같은 덕과 천자의 천거가 함께 있어야 하고, 세습 군주가 폐위되려면 걸주 같은 폭정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 엄격한 기준 위에서, 요순의 선양과 하은주의 세습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라 같은 의를 다른 형식으로 구현한 사례가 된다.
1절 — 만장문왈인유언(萬章問曰人有言) — 우 이후 세습은 덕의 쇠퇴인가
원문
萬章이問曰人이有言하되至於禹而德衰하여不傳於賢而傳於子라하니有諸잇가孟子曰否라不然也라天이與賢則與賢하고天이與子則與子니라昔者에舜이薦禹於天十有七年에舜이崩커시늘三年之喪을畢하고禹避舜之子於陽城이러시니天下之民이從之를若堯崩之後에不從堯之子而從舜也하니라禹薦益於天七年에禹崩커시늘三年之喪을畢하고益이避禹之子於箕山之陰이러니朝覲訟獄者不之益而之啓曰吾君之子也라하며謳歌者不謳歌益而謳歌啓曰吾君之子也라하니라
국역
만장이 물었다. 사람들은 우 임금에 이르러 덕이 쇠해 천하가 더 이상 현자에게 전해지지 않고 아들에게 전해졌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맹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하늘이 현자에게 주면 현자에게 가고, 자식에게 주면 자식에게 간다는 것이다. 순이 우를 오래 천거한 뒤 세상을 떠났을 때는 상례를 마친 뒤 우가 순의 아들을 피해 양성으로 물러나 있었어도 천하의 백성이 모두 우를 따랐다. 반대로 우가 익을 천거하고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상례를 마친 익이 계를 피해 기산 북쪽으로 물러나 있었지만, 조회하러 가는 사람과 송사를 해결하려는 사람, 공덕을 노래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익이 아니라 계를 향했다.
축자 풀이
不傳於賢而傳於子(불전어현이전어자)는 현자에게 전하지 않고 아들에게 전했다는 말로, 만장이 제기한 통설의 핵심이다.天與賢則與賢(천여현즉여현)은 하늘이 현자에게 주려 하면 현자에게 준다는 뜻이다.天與子則與子(천여자즉여자)는 하늘이 자식에게 주려 하면 자식에게 준다는 뜻으로, 혈통도 천명의 한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薦禹於天(천우어천)은 우를 하늘에 천거했다는 말로, 순이 정당한 후계로 우를 세웠음을 드러낸다.朝覲訟獄者(조근송옥자)와謳歌者(구가자)는 실제 정치 질서와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갔는지를 보여 주는 표지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첫 절을 선양과 세습을 둘러싼 오해를 푸는 핵심 장면으로 본다. 순과 우 모두 후계자를 천거했지만, 최종적인 귀속은 백성의 향배와 천명의 실현 속에서 갈렸다고 읽는 것이다. 그래서 우가 순의 아들을 피해 물러났는데도 백성이 우를 따랐다는 사실과, 익이 계를 피해 물러났는데도 사람들이 계에게 향했다는 사실이 결정적 근거가 된다. 이 독법에서 天(천)은 단순한 초월 명령이 아니라, 현실 정치 안에서 민심과 정통성이 드러나는 방식과 긴밀히 연결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절을 공의로운 계승 원리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는다. 선양이 늘 더 높고 세습은 늘 한 단계 낮다는 식의 비교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계승이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 천하의 마땅함에 맞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우와 익의 사례에서 계에게 향한 민심은 단순한 혈연 편중이 아니라, 그 시대의 의리에 맞는 귀속으로 읽힌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는 승계 방식의 형식보다 정당성의 실질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외부 영입이냐 내부 승계냐, 창업자 승계냐 전문경영인 체제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누구를 정당한 중심으로 받아들이는가다. 맹자는 제도 이름만으로 우열을 매기지 않고, 실제 신뢰와 귀속이 어디에 형성되는지를 보라고 한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우리는 종종 형식으로만 옳고 그름을 가르려 한다. 그러나 어떤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는 절차 하나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감당해 온 책임과 주변의 신뢰, 시기의 적절함까지 함께 얽혀 있다. 이 절은 겉모양의 정의보다,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과 질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읽는 눈을 요구한다.
2절 — 단주지불초(丹朱之不肖) — 선양과 세습의 차이는 하늘의 시세 속에서 갈린다
원문
丹朱之不肖에舜之子亦不肖하며舜之相堯와禹之相舜也는歷年이多하여施澤於民이久하고啓는賢하여能敬承繼禹之道하며益之相禹也는歷年이少하여施澤於民이未久하니舜禹益相去久遠과其子之賢不肖皆天也라非人之所能爲也니莫之爲而爲者는天也오莫之致而至者는命也니라
국역
요의 아들 단주도 어질지 못했고, 순의 아들 역시 어질지 못했다. 또 순이 요를 돕고 우가 순을 도운 기간은 길어 백성에게 은택을 베푼 세월도 오래되었다. 반면 우의 아들 계는 어질어 우의 도를 공경히 이어 갈 수 있었고, 익이 우를 도운 기간은 짧아 백성에게 은택을 베푼 시간이 오래되지 못했다. 이런 선후의 차이와 아들들의 어질고 어질지 못한 차이는 모두 하늘의 뜻이니, 사람이 억지로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러 하지 않아도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하늘이고, 불러오지 않아도 그렇게 이르는 것이 천명이라고 맹자는 말한다.
축자 풀이
丹朱之不肖(단주지불초)는 요의 아들 단주가 어질지 못했다는 뜻이다.施澤於民(시택어민)은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었다는 말로, 후계 정당성의 실제 기반을 뜻한다.敬承繼禹之道(경승계우지도)는 계가 우의 도를 공경히 이어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莫之爲而爲者 天也(막지위이위자 천야)는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것이 하늘이라는 말이다.莫之致而至者 命也(막지치이지자 명야)는 억지로 불러오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는 것이 천명이라는 뜻이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정치적 결과의 구체 조건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읽는다. 단주는 어질지 못했고 순의 아들도 그러했으며, 순과 우는 오랫동안 보좌하며 백성에게 은택을 누적시킨 반면 익은 그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 정당성의 차이를 낳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天(천)은 막연한 운명이 아니라, 인물의 자질과 시행 기간, 백성의 체감이 서로 맞물려 형성된 최종 귀결을 가리킨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天(천)과 命(명)을 인위로 조작할 수 없는 공의의 차원으로 읽는다. 덕과 시세가 무르익어 자연히 한쪽으로 귀속되는 것이지, 개인의 사사로운 계산으로 계승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절은 선양과 세습이 대립하는 제도가 아니라, 각각 다른 조건 속에서 천명이 드러난 방식이라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후계 구도가 사람의 능력, 준비 기간, 조직에 축적한 신뢰라는 현실 조건 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갑자기 지위만 넘긴다고 정당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혈연이나 내부 승계라는 이유만으로 곧장 부정당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오래 축적된 신뢰와 실제 계승 역량이 승계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어떤 결과는 억지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쌓아 온 관계, 신뢰, 준비가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귀결을 만든다. 맹자가 말하는 天(천)과 命(명)은 숙명론이라기보다, 사람이 함부로 지배할 수 없는 더 큰 질서와 때의 무르익음을 인정하라는 요구로 읽을 수 있다.
3절 — 필부이유천하자(匹夫而有天下者) — 평민이 천하를 얻으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원문
匹夫而有天下者는德必若舜禹而又有天子薦之者니故로仲尼不有天下하시니라
국역
평민으로서 천하를 차지하는 자는 그 덕이 반드시 순이나 우와 같아야 하고, 또 그를 천거해 주는 천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도 천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축자 풀이
匹夫而有天下者(필부이유천하자)는 본래 천자의 혈통이 아닌 평민으로서 천하를 얻는 경우를 뜻한다.德必若舜禹(덕필약순우)는 그 덕이 반드시 순과 우에 필적해야 한다는 뜻이다.天子薦之(천자천지)는 기존 정통 권위가 그 사람을 천거해 주어야 함을 뜻한다.仲尼不有天下(중니불유천하)는 공자조차 이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천하를 소유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필부가 천하를 얻는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문장으로 읽는다. 순과 우 같은 덕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기존 천자가 그 사람을 정당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이중 조건이 붙는다. 따라서 선양은 아무 유능한 사람이 힘으로 정권을 가져가는 모델이 아니라, 극히 예외적인 정통 계승의 방식으로 해석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공자를 예로 든 부분에 주목한다. 공자가 성덕을 지녔다 해도 요순 시대와 같은 역사적 조건, 곧 천자의 공식 천거라는 계기가 없었으므로 천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성리학은 덕만 있으면 언제든 권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위험한 오해를 차단하고, 덕과 시세와 정당한 절차의 결합을 함께 강조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outsider라도 공동체가 인정할 정당한 절차와 기존 질서의 승인이 없으면 최고 권한을 안정적으로 맡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능력주의만으로 모든 승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맹자의 논리는 매우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실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자리를 당연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조직은 능력뿐 아니라 맥락과 정당한 연결을 본다. 이 절은 재능을 과신하기보다, 어떤 역할이 성립하려면 그에 맞는 인정과 절차와 시기가 함께 와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4절 — 계세이유천하(繼世以有天下) — 세습 군주를 하늘이 폐하는 경우도 엄격하다
원문
繼世以有天下에天之所廢는必若桀紂者也니故로益伊尹周公이不有天下하시니라
국역
대를 이어 천하를 가진 경우라도 하늘이 폐하는 것은 반드시 걸왕이나 주왕 같은 폭군의 경우여야 한다. 그러므로 익과 이윤과 주공은 덕이 있어도 천하를 차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축자 풀이
繼世以有天下(계세이유천하)는 세대를 이어 천하를 계승한다는 뜻으로, 세습 정통을 가리킨다.天之所廢(천지소폐)는 하늘이 폐한다는 말로, 정통이 끊기는 상황을 뜻한다.必若桀紂者也(필약걸주자야)는 반드시 걸왕과 주왕 같은 폭군이어야 한다는 말이다.益 伊尹 周公(익 이윤 주공)은 덕과 공적이 컸으나 천하를 직접 차지하지는 않은 인물들이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세습 정통의 안정성을 설명하는 말로 읽는다. 단지 어진 보좌자가 있다고 해서 왕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왕조가 하늘에 의해 폐위되는 경우는 걸주 같은 극단적 폭정일 때뿐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선양의 예외성과 세습의 원칙을 동시에 세워 준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절을 역성혁명의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는 구절로 읽는다. 의로운 계승은 언제나 공의를 따라야 하지만, 그렇다고 덕 있는 신하가 언제든 군주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습 질서를 무너뜨릴 정도의 폐기는 극단적 무도함이 드러날 때에만 정당화된다는 점에서, 성리학은 질서의 연속성을 매우 중시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기존 체제를 바꾸는 일의 기준이 생각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능한 2인자가 있다고 해서 최고 책임자를 곧바로 밀어내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체제 전환은 단순한 능력 비교가 아니라, 기존 질서가 정말 심각하게 실패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누군가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관계나 체계를 뒤엎는 일은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맹자는 대체 가능성을 말하기 전에, 해체의 정당성을 묻는다. 이는 성급한 교체 욕망보다, 질서의 지속성과 파탄의 정도를 함께 보라는 요구다.
5절 — 이윤상탕(伊尹相湯) — 이윤은 왕을 대신하지 않고 왕을 바로 세웠다
원문
伊尹이相湯하여以王於天下러니湯이崩커시늘太丁은未立하고外丙은二年이오仲壬은四年이러니太甲이顚覆湯之典刑이어늘伊尹이放之於桐三年한대太甲이悔過하여自怨自艾하여於桐에處仁遷義三年하여以聽伊尹之訓己也하여復歸于亳하시니라
국역
이윤은 탕을 도와 천하의 왕이 되게 하였다. 탕이 죽은 뒤에는 태정이 즉위하지 못하고 죽고, 외병과 중임이 차례로 짧게 다스린 뒤 태갑이 즉위했다. 그런데 태갑이 탕의 법도를 뒤엎으려 하자, 이윤은 그를 동으로 내쳐 삼 년 동안 머물게 했다. 태갑은 그곳에서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자신을 다스리며 삼 년 동안 인에 머물고 의로 옮겨 가면서 이윤의 훈계를 따랐고, 마침내 다시 박으로 돌아와 천자의 자리를 이었다.
축자 풀이
伊尹(이윤)은 탕을 도와 은 왕조를 세운 대표적 보좌자다.顚覆湯之典刑(전복탕지전형)은 탕이 세운 법도와 규범을 뒤엎으려 했다는 뜻이다.放之於桐(방지어동)은 태갑을 동 땅에 물러나 있게 했다는 말이다.自怨自艾(자원자애)는 스스로 허물을 책망하고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뜻이다.處仁遷義(처인천의)는 인에 머물고 의로 옮겨 간다는 뜻으로, 군주의 수양 회복을 나타낸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윤 사례를 보좌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 주는 본보기로 읽는다. 이윤은 태갑의 무도함을 교정하기 위해 강한 조처를 했지만, 끝내 천하를 스스로 취하지 않고 태갑이 돌이킨 뒤 다시 복귀시켰다. 따라서 이 사례는 덕 있는 신하가 왕을 대신하는 모델이 아니라, 정통 계승을 바로 세우는 모델로 이해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태갑이 회과하고 인의로 돌아온 점을 특히 중시한다. 보좌자의 강단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은 왕권 찬탈이 아니라 군주가 도로 돌아오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윤이 천하를 차지하지 않은 이유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리가 거기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유능한 2인자의 역할이 체제를 빼앗는 데 있지 않고, 조직의 원칙을 회복시키는 데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때로는 최고 책임자를 강하게 교정해야 하지만, 그 목적이 권한 탈취인지 질서 회복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맹자는 이윤의 사례를 통해 후자를 강조한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상대가 무너졌을 때 그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다시 제자리에 서게 돕는 일일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늘 가능하지 않지만, 최소한 개입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이 절은 분명히 보여 준다.
6절 — 주공지불유천하(周公之不有天下) — 주공도 천하를 취하지 않은 까닭
원문
周公之不有天下는猶益之於夏와伊尹之於殷也니라
국역
주공이 천하를 차지하지 않은 까닭도, 하에서의 익과 은에서의 이윤이 천하를 차지하지 않은 이유와 같다는 뜻이다.
축자 풀이
周公(주공)은 주 왕실의 대정치를 이끈 대표적 보좌자다.不有天下(불유천하)는 천하를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猶(유)는 같다,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사례들을 하나의 원리로 묶는다.益之於夏(익지어하)와伊尹之於殷(이윤지어은)은 각각 하와 은에서 보좌자의 위치를 가리킨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짧은 절을 앞선 논증의 귀결로 읽는다. 익, 이윤, 주공처럼 덕과 공이 큰 보좌자라도 정통 왕조가 유지되어야 할 상황에서는 천하를 스스로 취하지 않았고, 그것이 바로 의리에 맞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맹자는 역사적 사례들을 하나의 원칙 아래 정리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주공의 사례를 특히 중시한다. 주공은 실질 권력이 컸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사심 없이 어린 왕을 보좌해야 했다. 성리학은 이를 공적 책임이 사적 소유로 넘어가지 않는 모범으로 읽으며, 보좌자의 덕은 권한의 절제 속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실질 권한이 크다고 해서 곧 정당한 최종 소유권까지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누군가는 조직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도 끝내 보좌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 더 옳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향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 영향력을 어떤 의리로 사용하는가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많은 일을 실질적으로 책임진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신뢰는, 힘이 있을 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아는 데서 생긴다. 주공의 예는 역량과 절제가 함께 갈 때 비로소 권위가 생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7절 — 공자왈당우(孔子曰唐虞) — 선양과 세습은 형식이 달라도 의는 하나다
원문
孔子曰唐虞는禪하고夏后殷周는繼하니其義一也라하시니라
국역
공자는 요와 순의 시대에는 천자의 자리가 선양되었고, 하와 은과 주에서는 자손이 이어받았지만 그 뜻과 의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축자 풀이
唐虞(당우)는 요와 순의 시대를 가리킨다.禪(선)은 천자의 자리를 어진 이에게 선양한다는 뜻이다.夏后殷周(하후은주)는 하와 은과 주의 세 왕조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繼(계)는 대를 이어 승계한다는 뜻으로, 세습 계승을 나타낸다.其義一也(기의일야)는 그 의리가 하나라는 뜻으로, 이 장 전체의 결론이다.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마지막 절을 앞선 모든 사례를 판정하는 결론으로 읽는다. 선양은 현자가 천하를 받는 형식이고, 세습은 자손이 천하를 잇는 형식이지만, 둘 다 하늘의 뜻과 천하의 공의에 맞게 이루어졌다면 의리는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요순의 선양만을 절대화하거나, 하은주의 세습을 곧바로 덕의 쇠퇴로 보는 해석은 맹자의 설명과 맞지 않게 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義(의)를 관계와 시세에 맞는 마땅함으로 읽는다. 제도 형식이 다르더라도 마땅한 귀속을 따라갔다면 그 계승은 모두 공의로운 것이다. 이 점에서 성리학은 형식의 동일성보다 원리의 동일성을 더 중시하며, 공자의 한마디를 역사철학의 압축으로 받아들인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에서는 승계 모델이 하나만 옳다고 단정하는 태도를 경계하게 만든다. 상황에 따라 외부 영입이 맞을 수도 있고, 내부 승계가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델의 이름이 아니라, 그 선택이 공동체의 공의와 지속 가능성, 신뢰의 방향에 부합하는가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우리는 형식이 다르면 뜻도 다르다고 쉽게 오해한다. 그러나 같은 원칙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맹자와 공자의 결론은, 제도와 방법의 차이보다 그 안에 흐르는 마땅함의 기준을 먼저 보라는 요청으로 읽을 수 있다.
만장상 6장은 요순의 선양과 하은주의 세습을 대비시키면서도, 결국 其義一也(기의일야)라는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한대 훈고 전통은 이를 천하의 귀속이 혈통이나 능력 어느 한쪽으로만 정해지지 않고, 하늘의 뜻과 백성의 향배 속에서 결정된다는 정치 논변으로 읽는다. 송대 성리학은 거기에 더해, 제도 형식이 다를지라도 공의에 맞는 계승이라면 의리는 하나라는 원리를 부각한다.
이 장이 오늘도 유효한 이유는, 승계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늘 형식 논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맹자는 선양이냐 세습이냐보다, 누가 실제로 도를 잇고 공동체의 신뢰를 모으며 공의에 맞는가를 보라고 한다. 그래서 요순의 선양과 하은주의 세습은 서로 대립하는 두 체제가 아니라, 같은 의가 다른 역사적 조건 속에서 나타난 두 모습으로 남는다.
등장 인물
- 맹자: 전국시대 유가의 대표 사상가. 선양과 세습의 차이를 넘어 그 의리가 하나라고 해명한다.
- 만장: 맹자에게 우 이후 세습이 덕의 쇠퇴인지 묻는 제자다.
- 우: 순에게 천거받아 천하를 이었고, 다시 익을 천거했던 인물이다.
- 익: 우의 뒤를 이을 수 있었던 보좌자였으나, 실제 천하의 귀속은 계에게 돌아갔다.
- 계: 우의 아들로, 우의 도를 이어 천하의 귀속을 받은 인물이다.
- 이윤: 은의 보좌자로서 태갑을 교정했으나 천하를 스스로 취하지 않았다.
- 주공: 주 왕실의 보좌자이자 섭정으로 큰 권한을 가졌지만 천하를 차지하지 않았다.
- 공자: 당우의 선양과 하은주의 세습이 그 의리에서는 하나라고 정리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