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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으로

중용 11장 — 색은행괴(索隱行怪) — 괴이함을 버리고 도를 끝까지 지키는 군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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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11장 색은행괴(索隱行怪) 대표 이미지

중용 11장은 요란한 명성과 조용한 정로를 정면으로 가르는 장이다. 첫 절은 索隱行怪(색은행괴)라는 말로, 숨은 뜻을 억지로 캐고 기이한 행동으로 이름을 남기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둘째 절은 半塗而廢(반도이폐)라 하여, 도를 따르다가도 중간에서 멈추는 사람의 한계를 짚는다. 셋째 절은 依乎中庸(의호중용)이라 하여,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중용의 길을 끝까지 붙드는 군자의 경지를 제시한다.

이 장이 중요한 까닭은 중용을 무난한 처세가 아니라 긴 호흡의 실천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기행은 쉽게 전설이 되지만, 孔子(공자)가 보기에 그런 방식은 도의 중심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평범해 보이는 길을 오래 지키는 일이고, 인정이 없어도 후회하지 않는 일이다.

한대 훈고 전통에서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이 장을 괴이한 명성 추구에 대한 비판과 중도 포기의 경계로 읽는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이를 공부의 지속성과 성인의 경지라는 틀로 더 깊게 밀고 간다. 두 전통은 강조점이 다르지만, 군자가 걸어야 할 길이 화려한 우회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만난다.

그래서 중용 11장은 세상에 드러나는 방식보다 삶의 기준을 묻는다. 후세의 칭송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몰라줘도 도를 지킬 것인가. 이 물음이 짧은 세 절 안에 매우 단단하게 압축되어 있다.

1절 — 자왈색은행괴(子曰索隱行怪) — 괴이한 명성을 좇지 말라

원문

子曰索隱行怪를後世에有述焉하나니吾弗爲之矣로라

국역

공자는 숨은 것을 억지로 캐내고 괴이한 행동으로 이름을 남기는 삶이 후세의 화제가 될 수는 있어도, 자신은 그런 길을 택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곧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특이함과 성인이 지키는 바른 도는 같지 않다는 뜻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索隱行怪(색은행괴)를 경학의 바른 길을 떠난 은벽한 탐색과 기이한 행실로 본다. 이 계열의 독법은 공자가 깊이 있는 공부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놀라게 하고 후세의 명성을 얻으려는 방향을 경계한 것으로 읽는다. 따라서 핵심은 신비함의 유무가 아니라 도에 합당한가의 여부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이 구절을 이단적 기행과 허명 추구를 경계하는 말로 읽는다. 주희는 중용의 공부가 은밀한 비기나 특이한 행적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땅함을 잃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이런 해석은 한대 훈고가 강조한 정로와 허명의 대비를 더 수양론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 볼 수 있다.

현대적 해석·함의

조직에서든 공적 담론에서든 눈길을 끄는 방식은 늘 빠르게 확산된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안다고 과시하거나, 일부러 과격한 태도를 취해 존재감을 만드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주목을 얻기 쉽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준보다 반응을 좇기 쉽고, 결국 조직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개인의 삶에서도 비슷하다. 특별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수록 삶의 중심은 흔들린다. 이 절은 남들이 기억해 줄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길을 고르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다.

2절 — 군자준도이행(君子遵道而行) — 중간에 멈추지 않는 실천

원문

君子遵道而行하다가半塗而廢하나니吾弗能已矣로라

국역

세상에는 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가도 길 한복판에서 멈추는 이들이 많지만, 공자는 자신은 그렇게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출발의 결심이 아니라 지속의 힘에 있다는 뜻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遵道而行(준도이행)을 단순한 지식의 승인보다 실제 행로로 읽는다. 가 길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도는 머릿속 명제가 아니라 끝까지 걸어야 하는 노정이 된다. 그래서 半塗而廢(반도이폐)는 공부의 미숙함만이 아니라,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실천의 약함을 드러내는 말이 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이 절을 공부가 중도에서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으로 읽는다. 주희는 도를 안다는 말이 곧바로 도를 사는 일과 같지 않다고 보고, 배움이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지속의 어려움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런 해석은 한대 훈고가 보여 준 행로의 감각을 내면 수양의 문제로 정리한 셈이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의 문제도 대개 여기에서 갈린다. 시작할 때는 누구나 원칙을 말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에서 접는 사람이 많다. 원칙의 실패는 처음부터 몰라서가 아니라, 압박이 커졌을 때 계속 밀고 가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에게도 이 절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종종 좋은 방향을 알면서도 피곤함, 손해, 외로움 때문에 멈춘다. 공자의 말은 도를 안다는 사실보다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는가를 더 엄격하게 묻는다.

3절 — 군자는 의호중용(君子는依乎中庸) — 알아주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는 길

원문

君子는依乎中庸하여遯世不見知而不悔하나니唯聖者야能之니라右는第十一章이라

국역

군자는 중용에 의지해 살아가므로 세상에 숨어 지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경지는 오직 성인만이 온전히 해낼 수 있다고 공자는 덧붙인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정현(鄭玄)의 『예기주』와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정의』 중용편 계열 독법은 依乎中庸(의호중용)을 잠깐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삶 전체를 기대는 상태로 읽는다. 遯世不見知而不悔(돈세불견지이불회)는 세상을 멸시하는 은둔 취미가 아니라, 시대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도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 굳셈을 뜻한다. 이 독법에서 마지막 唯聖者能之(유성자능지)는 군자와 성자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규정으로 작동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朱熹)의 『중용장구』와 정자(程顥·程頤) 어록의 맥락은 이 절을 성인의 공부가 지닌 정밀함으로 읽는다. 주희는 남이 알아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안의 도가 이미 확고해졌는가를 더 중시한다. 그래서 세상 평가가 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성인의 경지로 설명하며, 군자는 그 방향을 향해 배워 가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현대적 해석·함의

조직 안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는데도 당장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그때 기준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이 절은 성숙한 리더십이 즉각적 보상보다 기준의 지속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 준다. 조용히 밀려나더라도 원칙을 버리지 않는 태도는 화려하지 않지만 공동체를 오래 지탱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외적인 평판보다 내적인 기준에 더 기대고 있다. 중용이 어려운 이유는 평균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라, 인정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후회 없이 도를 붙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용 11장은 索隱行怪(색은행괴), 半塗而廢(반도이폐), 依乎中庸(의호중용)이라는 세 표현을 통해 군자의 길을 단계적으로 보여 준다. 먼저 후세의 칭송을 노리는 괴이한 태도를 끊고, 다음에는 도를 따르다가 멈추는 약함을 경계하며, 마지막에는 알아주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는 가장 높은 실천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장의 흐름은 허명 비판에서 지속의 윤리로, 다시 성인의 경지로 올라간다.

한대 훈고는 이 장을 바른 도와 괴이한 명성의 구별, 그리고 중도 포기의 경계라는 점에서 읽는다. 송대 성리학은 이를 더 내면화하여 공부의 지속성과 성인의 확고한 마음으로 설명한다. 두 전통을 함께 놓고 보면, 중용은 평범한 절충이 아니라 끝까지 정로를 버리지 않는 고도의 자기 통제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오늘의 독자에게도 이 장은 여전히 날카롭다. 특별해 보이는 이야기보다 믿을 만한 기준이 중요한지, 시작의 열정보다 지속의 힘이 중요한지, 인정받는 삶보다 후회 없는 삶이 중요한지를 차례로 묻기 때문이다. 공자는 이 짧은 장에서 화려함보다 단단함을 택하라고 요구한다.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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