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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상으로

맹자 진심상 23장 — 이전박세(易田薄稅) — 전주(田疇)를 갈게 하고 세렴(稅斂)을 박하게 하면 백성이 부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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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심상 23장 이전박세(易田薄稅) 대표 이미지

맹자 진심상 23장은 민생과 정치의 관계를 매우 간결하고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장이다. 맹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길이 추상적인 선의나 구호에 있지 않다고 본다. 농사가 제대로 되도록 토지를 정리해 주고, 세금을 가볍게 하며, 생산된 재화를 제때 쓰고 예에 맞게 운용하게 하면 공동체는 실제로 넉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은 세 절로 이어지지만 논지는 하나로 수렴한다. 먼저 易田薄稅(이전박세)로 생산의 토대를 바로 세우고, 다음으로 食之以時(식지이시)와 用之以禮(용지이례)로 소비와 지출의 질서를 잡는다. 마지막으로는 곡식이 물과 불처럼 넉넉해지는 상태를 말하며, 그런 경제적 기반 위에서야 백성의 (인)도 자라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장을 백성을 기르는 정치의 실제 조목으로 읽는다. 토지 경작을 원활하게 하고 세 부담을 덜어 주는 일, 생산물을 때에 맞게 쓰고 예에 맞게 배분하는 일은 모두 부국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교화의 전제라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경제 질서는 도덕 질서와 분리되지 않는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여기서 다시 仁政(인정)의 구조를 읽어 낸다. 백성이 생존의 기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성인의 정치는 먼저 삶의 기반을 안정시켜 사람의 선한 마음이 펴질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菽粟如水火(숙속여수화)는 단순한 풍요의 비유가 아니라, 인심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정치적 토대의 상징이 된다.

오늘의 시선으로 보아도 이 장은 추상적 이상론보다 구체적 운영 원리에 가깝다. 생산 기반, 조세 부담, 소비 규율, 공정한 분배가 갖추어질 때 사람은 비로소 서로를 해치지 않고 살 수 있다. 맹자는 바로 그 점에서 경제 정책과 도덕 공동체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본다.

1절 — 맹자왈이기전주(孟子曰易其田疇) — 농지를 바로 하고 세금을 가볍게 하라

원문

孟子曰易其田疇하며薄其稅斂이면民可使富也니라

국역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농지를 잘 경작하게 하고 거두는 세금을 가볍게 해주면 백성들을 부유하게 할 수 있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인정의 가장 기초적인 경제 조치로 읽는다. 백성이 스스로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국가의 수취가 과하지 않으면 생활은 자연히 안정된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易田薄稅(이전박세)는 단지 경제 기술이 아니라 백성을 살리는 통치의 첫걸음이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대목을 민생을 먼저 세우는 정치 원리로 읽는다. 도덕과 예를 말하기 전에 먼저 백성이 먹고살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 기반과 조세 질서가 바르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부유함은 사치의 조건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킬 최소 기반이 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이 절은 성과를 내라고 요구하기 전에 일할 기반과 과도한 부담을 먼저 점검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시스템은 낡았고 자원은 부족한데 책임만 늘어나면 구성원은 지치고 생산성도 무너진다. 맹자는 번영이 사람을 쥐어짜는 데서 나오지 않고, 기반을 정비하고 부담을 낮추는 데서 나온다고 본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더 해내야 할지만 따지기보다, 내가 살아가는 기반이 정돈되어 있는지, 불필요한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은지 먼저 살펴야 한다.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길은 종종 의지를 더 짜내는 데보다 구조를 바로잡는 데 있다.

2절 — 식지이시용지이례(食之以時用之以禮) — 때에 맞게 먹이고 예에 맞게 쓰게 하라

원문

食之以時하며用之以禮면財不可勝用也니라

국역

곡식을 제때에 먹게 하고 예법에 맞게 쓰게 하면 재물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이다.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생산 다음 단계의 질서로 읽는다. 아무리 생산이 늘어도 쓰임이 때를 잃고 분배가 무절제하면 재물은 곧 소모되므로, (식)과 (용) 모두 일정한 법도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부유함은 양만 많은 상태가 아니라, 운용의 질서까지 갖춘 상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대목을 절도와 예의 정치로 읽는다. 재물이 많아도 욕망이 무질서하면 공동체는 다시 빈곤과 갈등으로 기울 수 있으므로, 성인은 用之以禮(용지이례)를 통해 풍요가 방종으로 변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이 독법은 경제와 도덕의 연결을 더욱 분명히 한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이 절은 수입을 늘리는 것만큼 운영의 규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한다. 예산이 늘어도 배분 기준이 없고 소비 타이밍이 어긋나면 조직은 여전히 가난하게 움직인다. 지속 가능한 번영은 생산과 절도의 결합 위에서만 가능하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돈이나 자원이 부족한 이유가 늘 절대량의 부족만은 아니다. 언제 쓰는지, 무엇에 쓰는지, 어떤 질서를 갖고 쓰는지가 삶의 체감을 크게 바꾼다. 맹자가 말하는 용지이례는 절약만이 아니라, 사용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감각에 가깝다.

3절 — 민비수화(民非水火) — 곡식이 물과 불처럼 넉넉해야 한다

원문

民非水火면不生活이로되昏暮에叩人之門戶하여求水火어든無弗與者는至足矣일새니聖人이治天下에使有菽粟을如水火니菽粟이如水火면而民이焉有不仁者乎리오

국역

백성들은 물과 불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으나, 저녁에 남의 집 문을 두드려 물과 불을 청하면 주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이는 그것이 매우 풍족하기 때문이다. 성인(聖人)은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 백성들이 곡식을 물과 불처럼 많이 소유하게 만든다. 곡식이 물과 불처럼 많으면 백성들 가운데 어찌 인(仁)하지 못한 사람이 있겠는가.”

축자 풀이

사상사 배경

한대 훈고 전통에서 조기의 『맹자장구』와 손석의 『맹자정의』 계열 독법은 이 절을 인정의 완성된 효과를 보여 주는 비유로 읽는다. 물과 불은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을 만큼 흔하기에 서로 아끼지 않듯, 곡식 또한 그렇게 넉넉해지면 백성은 궁핍 때문에 서로 해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 독법에서 不仁(불인)의 많은 부분은 극심한 결핍과도 관련된다.

송대 성리학에서 주희의 『맹자집주』와 정자 어록의 맥락은 이 대목을 사람의 선한 마음이 펼쳐질 조건론으로 읽는다. 인간에게 (인)의 가능성은 본래 있지만, 생존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그 가능성이 쉽게 가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의 정치는 백성의 먹을거리를 물과 불처럼 넉넉하게 하여, 사람 안의 선한 마음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현대적 해석·함의

리더십과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이 절은 공동체의 윤리를 지탱하는 데 기본 자원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늘 부족하고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서로 돕기보다 방어와 쟁탈이 앞서기 쉽다. 반대로 기본 자원이 충분하고 접근 가능하면 협력과 신뢰는 훨씬 자연스럽게 자란다.

개인과 일상에서도 마음의 선함만으로 모든 관계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너무 궁핍하고 늘 쫓기는 상태에서는 좋은 마음도 마르기 쉽다. 맹자는 그래서 도덕을 설교하기 전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맹자 진심상 23장은 부유한 공동체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매우 분명하게 설명한다. 易田薄稅(이전박세)로 생산의 기반을 바로 세우고, 食之以時(식지이시)와 用之以禮(용지이례)로 소비와 배분의 질서를 잡으면 재물은 풍족해진다. 그리고 그 풍족함이 단지 경제 지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인)하게 사는 토대가 된다고 맹자는 본다.

한대 훈고 계열 독법은 이를 부국과 교화가 함께 가는 정치의 실제 조목으로 읽고, 송대 성리 계열 독법은 사람의 선한 마음이 자랄 조건을 먼저 마련하는 인정의 구조로 해석한다. 두 흐름은 모두, 민생의 안정 없이 도덕의 완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만난다.

오늘의 조직과 사회에서도 이 장은 여전히 직접적이다. 사람에게 협력과 선의를 요구하려면 먼저 삶과 일의 최소 기반이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맹자가 말한 菽粟如水火(숙속여수화)는, 결국 풍요가 곧 인간다움의 조건이라는 오래된 통찰이다.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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